군산의 초원사진관
코로나가 시작되고 꽤 오랜시간 집안에만 갇혀있었다. 이동지역과 시간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갈만 한 곳도 마땅치 않았고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해외는 갈 수 없으니 국내라도 구경할 만 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며 여기저기 검색을 하던 도중에 '군산'이라는 도시를 찾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구경할만한 장소도 장소이지만, 무엇보다 제일 먼저 그지역 먹거리를 찾아보는 편이다. 군산은 이 두가지를 완전히 충족시켜주는 도시임이 분명하여 군산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고, 여러역사문화 등 훌륭한 볼거리들이 많았지만 그 곳에서 우연하게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나게 되었다. 영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던 영화였고, 주연배우가 한석규, 심은하 라는 기본적인 정보들만 알고있는게 전부였다. 영화에 나왔던 '초원사진관'을 방문했고 그곳 근처를 둘러보며 나도 좋은 추억들을 남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찾아보게 된 이 영화는 옛날 느낌의 영화이지만, 요즘 로맨스 영화와는 확연하게 다른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화면들과 옷차림 그리고 추억 가득한 옛날 사진관의 풍경들이 있었다.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었고 그렇게 이 영화와 만났다.
사랑하지만 헤어지게되는 슬픈 이야기.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배우 한석규)는 하루하루 사진관 일들을 해 나아가며 조용하게 지내던 중 주차 단속 업무로 인해 지속적으로 사진 인화를 하러 방문하는 주차단속 공무원 다림 (배우 심은하)을 만나게 된다. 짝사랑의 실패로 그냥 혼자 살고 있는 정원에게 다림은 어느 날 술 한잔 사달라고 하고 , 그렇게 둘의 잦은 만남이 이어지면서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다림의 솔직한 표현들이 정원은 싫지 않았기 때문에, 다림의 데이트 신청에 모두 응하기도 하고 슬쩍 팔짱을 낄때에도 밀어내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설레임의 감정이 사랑의 감정으로 커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정원은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고, 그 시간들을 준비하며 지내다가 결국 정원은 쓰러지고 말고, 그 사실을 모를 수 밖에 없는 다림은 갑자기 사진관도 열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정원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된다. 정원은 퇴원 후 사진관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다림이 수없이 놓고 간 편지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전근 소식까지도 알게되며 그녀를 만나러 찾아가지만, 멀리서 바라만 볼 뿐 다가가지 못하고 그들은 그렇게 헤어짐을 겪게 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영화 자체가 러닝타임 내내 잔잔했다. 어떠한 큰 소리도 자극적인 요소도 없었다. 어떤이들에겐 지루함이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90년도의 영상미와 예쁜 카메라 셔터 소리 그리고 주인공들의 사랑을 시작하는 설레임들이 이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남자를 알게되어 그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고 또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한 여자와 시한부 선고로 인해 하루하루 인생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사랑을 만나게 된 남자.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기에 마음처럼 그녀를 대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가슴아프기도 했다. 후반 부 쯤 사진관을 정리하며 자기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어 두는 장면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들었고, 어느새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먹먹한 감정까지 들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걸 아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마음은 어떨까? 문득 영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나에게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되는 주제를 던져 주었다. 극 중 정원은 죽음앞에서 가장 걱정되는게 무엇이었을까? 연로한 아버지와 사랑하게 된 여자일까? 죽기 전 보고싶은 사람 한번 더 보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는게 나은 선택일까? 누군가에게 점점 잊혀져간다는 건 너무나도 슬픈일 같다 특히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잊혀져간다는 건 마음아픈 일이다. 정원도 그랬겠지만, 마지막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가슴아프지만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모습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 더 생겼다는 것, 아프지만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잔잔하지만 가슴 먹먹한,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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